중증외상센터. 다른 말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진료, 대형 재해 등의 발생 시 응급의료 지원, 특정 지역 내의 다른 의료기관에서 이송되는 중증응급의료환자의 수용,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권역 내의 응급의료 업무를 수행하게 하기 위해 지정된 종합병원이다.(출처: 위키백과) 대구는 경북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의료원이 있고, 관할권역은 대구, 경북 경산, 고령, 군위, 성주, 영천, 청도, 경남 거창, 합천이다.

 

현재 아주대학교 외상센터에서는 약 2500 건의 외상중증 환자 중 300 건 정도는 헬기를 통해 환자를 이동시킨다. 2003년에 미국에서 이국종 교수에게 헬기 구조를 제안 해왔고, 우리나라에서는 700여대가 넘는 우리나라의 군헬기 대신 미국의 헬기로 사람을 살리기 시작했다. 매우 적은 수의 미국헬기로. 미국은 외과의사 겸 대령인 사람들이 많다. 의사이면서 군인인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미군, 일본군 등과 함께 해외로 가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었다. 의료진들은 헬기를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고, 작은 공간에서도 치료가능하도록 훈련했다. 그는 한국에 이러한 형태를 들여놓고 싶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2011년까지도 헬기 이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한다. 헬기 착륙이 제일 안전한 곳이 해상인데 우리나라 육군은 해상으로 오지 않았다. 육군이기 때문에. 대신 미군이 헬기가 왔다. 미국은 육군이니 해군이니 그러한 구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영국 런던에서는 거의 매일 날씨가 최악이지만 헬기가 수시로 운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행 허가가 나지 않을 날들이 런던에는 태반이지만 운행을 한다. 사람 살리기 위해. 영국 왕자 몇몇도 아프가니스탄 등 최전방에서 파일럿 군 복무를 하고 와 닥터헬기 운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다. 

 

이국종교수는 의사, 간호사, 소방대원 등과 연합훈련을 한다. 헬기가 물에 빠졌을 때 무게 때문에 바로 뒤집어 지기 때문에 물에서 뒤집어진 채로 탈출하는 연습, 착륙장이 없는 산이나 좁은 공간으로 내려가 환자를 구출하기 위해 헬기에서 하강하는 연습, 환자를 매달아 헬기로 올리는 연습, 움직이는 헬기에서 응급처치하여 어지러움이나 실수없이 치료하는 연습 등. 좁은 공간에 내려가기 위해서 해상에서 배 위 좁은 착륙장소에 착지하는 연습도 한다. 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횟수가 턱 없이 부족하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이국종교수가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훈련을 하고 있는 의료진이 또 있을까 궁금했다. '궁금'하다기보다는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없겠지라는 슬픔의 혼합이라 해야 맞겠다.

 

사람의 심장이 멎고 5분이 넘어가면 죽는다고 봐야 한단다. 심폐소생술로 사람을 살리기도 굉장히 어려우며 가슴을 절개하여 직접 손을 넣어 심장을 만져야 다시 박동이 살아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소방대원들과 함께 출동하는 의료진들이 없거나, 있어도 늦게 도착하거나, 일찍 도착해도 흔들리는 차, 헬기 안에서의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면 다양한 외상 환자들은 귀중한 기회를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아주대외상센터는 현재 사정사정해서 소방헬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다. 아주대외상센터는 경기 지역을 주로 다니는데 산이 별로 없어도 헬기가 필요한 사고가 꽤 많다고 한다. 강력범죄도 늘어나 칼에 여러번 찔리는 사람 같은 경우 정말 빠른 후송이 되지 않으면 과다출혈로 죽는다. 사람에게 피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으며 몸의 피가 반 이상 빠져나가면 보통 죽게 된다고 한다. 도로의 방음벽 같은 경우 반대 차선으로 구급차가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헬기가 아니면 빠른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한다.  

 

대구의 상황을 들었다. 대구는 전국에서 권위있고 전통있는 의과대학과 병원들이 많은 편이라 한다. 그리고 전국에서 제일 좋은 닥터헬기가 있다. K22라는 전국 1위 성능을 자랑하는 헬기. 다만 밤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환자의 약 42%는 밤에 발생하는데 대구와 경북에서는 밤에 헬기 운영을 하지 않는다. 소방대원만으로는 처치가 어려울 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죽거나 더 나아질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국종 교수는 굳은 일이라도 해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우리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이상을 꿈꾸는 것은 아닌가 회의가 몰려온다고. 자신을 수술실의 핏빛 갈매기로 비유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미안하고 뭔가 도움이 된적이 없어 부끄럽지만 그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대구의 의료진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 권위가 있고 오래 되었다고 해서 그 병원의 의사들이 환자를 살려내기에 가장 적합하다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돈이 우선시 되는 병원과 의료진 앞에서는 내 목숨, 우리들의 목숨은 쉽게 내팽겨쳐지지는 않을까? 신뢰없는 의료계에 내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착륙불가, 비행불가 통지를 받았다고 해서, 내 관할이 아니어서, 운행시간이 아니어서, 우리 헬기는 군헬기라서, 우리들도 환자가 많아서, 응급환자는 치료도 어렵고 수익도 별로 안되서. 등등의 이유로 끔찍한 고통 속에 사망한 응급환자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환자 근처라도 가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국종 교수의 말이, 그리고 실제 그렇게 사람을 살리는데 1순위를 두고 일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 한 시민으로서 마음에 큰 힘과 위로가 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전에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데 집중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그들이 자신을 더 드러내주면 좋겠다. 더 의지를 굳혀주면 좋겠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면 좋겠다. 

 

아주대외상센터는 헬기장 만들 예산이 없어 병원 옆 한켠에 페인트로 표시해두고 이용하고 있다. 제대로 만들려면 20억 정도가 든다는 서울에 있는 헬기착륙장 하나는 시민들이 시끄럽고 위험해보인다고 항의하여 폐쇄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구석진 강가 옆에 다시 대충 표시하여 만들어진 이착륙장은 비가 오면 잠기는 등 일년의 반은 쓸수가 없다고 한다. 부끄럽다. 대구에서 밤에 헬기가 운영되지 않는 이유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내 가족이 사고 난 것이 아니라면 헬기 소리가 나의 단잠을 깨우면 안되는 걸까? 다른 누군가를 내가 직접 살리지는 못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살리는 길을 막지는 말아야 할텐데. 우리집 근처에 큰 소방서가 있다. 밤에도 새벽에도 소리를 내며 무리지어 지나가는 소방차, 구급차 소리를 들으면 눈이 떠지고 짜증이 날 때도 있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막는 것은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가. 그러지 말자. 헬기가 새벽에 시끄럽게 지나면 같이 살고 있는 소방대원이, 의료진이 누군가를 살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안심할 일이다. 나와 우리 가족도 안전할수 있겠구나 안심할 일이다.   

 

허가를 해주지 않는 지차체나 의료기관에서도 생각해볼 일이다. 민원을 넣는 몇십명(혹은 몇백명)의 요구를 들어주려 헬기운행을 중단한다면 민원을 넣지 않고 헬기운행을 지지, 혹은 인정하고 있던 수만명의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원에 따라 조정해야 할 업무가 있고, 민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인권적으로 고수해야 할 것이 있다. 더 이상 항의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대응하고 설득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수많은 삶의 가능성을 저버리지 말자. 그런 모든 것들이 2차사고, 2차살해이지 않은가. 

 

한 시민으로서 대구에 운행중이라는 닥터헬기가 상시로 운행되는데 적극 동의한다.

의료진들이 소방대원들과 함께 반복 훈련하고 헬기를 통한 응급처치를 해나가길 적극 응원한다. 요구한다.

우리들의 목숨을 똑같이 귀하게 대할 의료진과 소방대원들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나도 사람 살리는 것이 일순위라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 

 

내용 출처 : 이국종 교수의 대구시민대학 강연(2019년 10월22일)을 듣고 기록한 내용과 개별 조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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