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는 노인, 청소년, 신체장애자와 함께 여성을 특별히 명시하여 그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제력이 평균적으로 낮고, 사회적 지위도 낮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 WEF에서 우리나라의 세계 성 격차 지수는 145개 국 중 115위였다. 성격차 지수는 여성의 경제 참여 기회, 정치적 힘, 교육 성취, 건강 등을 기준으로 한다. 교육이나 건강보다는 경제 참여 기회나 정치적 힘과 같은 부분에서 여성의 기회가 적지 않은가 싶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남성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으니까. 다양한 분야의 고위직에 여성 수가 적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연 정말 일에서의 능력 차이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여성을 특별히 보호하겠다고 명시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남성과 차이 나지 않도록 하는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걸까. 정책 내용을 내가 잘 알아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검색해봤다.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란 것이 있고, 그 안에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 보장 및 대우 등’과 관련된 법 조항이 있다.

 


제1절 남녀의 평등한 기회 보장 및 대우      

 제7조(모집과 채용) 

①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ㆍ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ㆍ키ㆍ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8조(임금) 

①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동일 가치 노동의 기준은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 등으로 하고, 사업주가 그 기준을 정할 때에는 제25조에 따른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③ 사업주가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설립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     

 제9조(임금 외의 금품 등) 사업주는 임금 외에 근로자의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금품의 지급 또는 자금의 융자 등 복리후생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0조(교육·배치 및 승진)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ㆍ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1조(정년·퇴직 및 해고)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ㆍ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 외에도 성희롱 방지, 여성의 직업능력개발과 관련된 내용, 육아휴직 등에 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런 법이 존재하는 것만큼 실제적인 효과가 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서 남녀 차별은 세세하게, 깊숙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식. 인식이 만들어내는 문화. 직업문화. 가정문화. 그러한 것들이 여성의 지위를 약하게 하는 것 아닌지 싶다. 그것은 법이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제도가 잘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더 큰 범위의 것이다. 우리들이 직접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 헌법에 ‘여성의 복지를 보장’ 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어떤 이들은 여성이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가지고, 어떤 이들은 여성을 약자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가진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우리들의 인식, 문화에서 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여성의 복지를 보호한다는 조항이 남성의 복지를 보호한다는 조항과 같이 있거나 둘 다 없어도 무방한 상황을 만들어가야 이상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헌법에서 여성이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명시된 것을 이제는 삭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여성은 특별히 보호하지 않아도 똑같이 대우받을 수 있다는 인식. 그 인식을 만들어가야 할 때인 것 같다. 만약 넣는다면 여성 대신 ‘성에 대한 차별이 없도록 한다.’는 식으로 여성, 남성 등을 모두 포함하는 형태가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요즈음은 성소수자의 인권보장 문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으니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면 좋겠다. 

 

  헌법개정안에서는 35조 3항에서 ‘모든 국민은 임신, 출산, 양육과 관련하여 국가의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제시했고, 현재 헌법 36조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뺐다. 양육, 임신, 출산이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이런 헌법개정안의 내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는 좀 더 양성 평등적인 사회를 꾸려나가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작가_ 서우민     

 

 

*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베이직 커뮤니티' @with.basic.community

        다음 카페 '캠페인 모임’ http://cafe.daum.net/campaignmeeting

* 헌법읽는청년모임의 헌법 독후감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공유 중입니다. 굉장히 사적인 청년들의 헌법 독후감은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와 함께 한 권의 책으로 4-5월 중 출판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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