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조
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한다.
③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쾌적한 환경과 환경보전 사이에서]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한여름은 선풍기 두 대로 버텼다. 왜 우리 집은 에어컨이 없는지에 대한 불만은 최근까지도 없다. '여름은 원래 더운 계절이다. 더우면 더운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게 아버지 말씀이었다. 이와 같은 논리는 겨울에도 적용되었다. 겨울 역시 난방을 잘 틀지 않는다. 대신 실내에서도 옷을 몇 겹이나 껴입었다. 주위 친구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우리 가족이 살아온 방식은 그다지 쾌적한 환경이 아니었을지 모르나 어찌 되었건 좀 불편하더라도 이렇게 살려면 살아진다.

 

인간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기온, 습도뿐 아니라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것들, 편리한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여름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집)에서 온도를 낮춰주는 에어컨, 습도를 조절하는 제습기를 튼다. 몸에서 나는 땀을 씻어 내기 위해 샤워를 하고, 냉동실에서 갓 꺼낸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상상만 해도 우리는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쾌적한 환경'을 즐기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인간이 쾌적함을 누리는 동안 환경은 계속 파괴되고 있다. 쾌적함과 편리함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지질학적으로 따지면 우리는 중생대 백악기를 지나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를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용어인 '인류세(Anthropocene)'로 지칭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정확히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인류세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인간이 존재하면서 만들어낸 지구환경의 많은 변화가 이 짧은 기간 동안 나타났기 때문에 따로 분리했다. 인류세의 지구는 인간으로 인해 엄청나게 증가한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핵실험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 물론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기를 원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영향력은 다른 생물에 비해 너무나도 커 감당하지 못할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더 편하고 쾌적하게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파괴시키는 악순환 구조인 것이다.

 

환경오염, 지구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내가 무엇을 하던 모든 것이 환경오염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인의 삶은 환경 파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로 이어졌다. 예쁘니까, 유행이니까, 편리하니까 쉽게 선택했던 소비는 점차 줄어들었다. 낡고, 오래되고, 어쩌면 불편한 것들을 계속 사용하고 이것을 내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 이것이 시민들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공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지금은 매일 미세먼지, 대기오염농도 지수를 체크하며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에 의존한다.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리고 생각보다 지구가 더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에 초조함마저 드는 요즘이다.

 

작가_ 쏘피

 

서우민: “쾌적함과 편리함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는 문장이 정말 와닿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던 모든 것이 환경오염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에 공감하구요. 편리를 위해 뭔가 파괴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환경 보호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환경보호 활동만으로는 파괴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요. 정부가 시민들이 어떤 내용에 대해 동의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환경보전과 관련된 강한 규제 정책을 펼쳐간다면 저는 적극 환영일 것 같아요. 헌법에 쾌적한 환경에 대한 내용은 없어져야 할 것 같고요.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것은 환경 보존일 것 같습니다.

 

바틀비: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져 버린 쾌적한 환경이라는 조건이 환경파괴를 전제로 이루어진다는 것.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과거이기도, 현재이기도, 혹은 미래이기도 한 이야기들이 담길 수 있는 이유는 진짜 우리 관점을 표현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 본 내용은 헌법읽는 청년모임의 첫번째 헌법독후감 [내생에 첫 헌법]의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출판사 겸 시민학습모임 기획사인 베이직커뮤니티에서 출판을 준비 중이고, 펀딩 내용은 텀블벅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후원 신청 기간: 2020년 5월18일 ~ 2020년 6월15일

https://www.tumblbug.com/basic_community?ref=discover

+ Recent posts